이 영화는 봐도 된다

미키 17 - 친절해진 봉준호씨

초이승 2025. 3. 9. 20:33
반응형

월요일을 앞둔 저의 생각과 똑같네요


우리는 가끔 영화를 통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경험하곤 합니다.

 

미키 17을 개봉일에 보고 왔습니다.

사실 퇴마록을 보고 싶었는데, 이미 모든 시간대를 미키 17이 먹어버렸더군요.

그렇게 땡기진 않았는데, 일단 봤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합니다. 작품에서 주인공 ‘미키’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우주 탐사선의 익스펜더블로서, 죽음 이후에도 복제 기술을 통해 다시 태어납니다. 다시 말해, 여러 번 죽는 과정을 겪어도 기억과 의식을 이어가며 임무를 마저 수행하게 되는 것이죠. 이 독특한 설정은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질문하게 만듭니다.

‘복제 인간’ 혹은 ‘클론’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화두를 던집니다. ‘미키 17’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끝없는 죽음과 부활이 거듭될 때마다, 과연 복제된 존재가 원래의 ‘나’와 동일한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개체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넘어 도덕적·사회적 문제도 제기합니다. 이때 감독은 가벼운 논쟁의 차원을 넘어, 인간성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진지하게 고찰하도록 유도합니다.

실제 우리 현실에서도, 유전자 공학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인간 복제’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다 인간이 자기다움을 어떻게 지키고, 어떤 가치를 소중히 해야 하는가라는 점이라 여겨집니다.

영화 속에서 ‘익스펜더블’은 죽더라도 복제되어 다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이는 자칫 SF적 설정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노동 계급과 인간 소모에 대한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위험이 큰 현장일수록, 해당 노동자의 안전과 가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죠.

봉준호 감독은 이전 작품 ‘설국열차’에서도 열차의 꼬리칸 주민들이 가장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계급 문제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우주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제도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키 17'은 단순한 오락 요소를 넘어 노동 문제와 계급 구조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헐... 마크 러팔로의 연기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합니다.

다만 그저 일차원적이라는 느낌이긴 했지만요.

특히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는 연약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져,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박찬욱 감독 역시 “SF 장르가 왜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미키 17’을 보라”라며 극찬한 바 있으며, 패틴슨의 연기에 아카데미 트로피를 주어야 한다는 평가까지 전하기도 했습니다.

ㄹㅇ로 패틴슨은 이제 대배우에 반열에 올라갈 조짐이 보입니다.

 

찌질함 MAX의 케드릭 디고리... 이건 귀하군요.... 

 


## 원작 소설 대비 어떤 점이 달라졌나

‘미키 17’은 기본적으로 원작 소설인 『미키7』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다소 변화된 설정이 눈에 띕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역사 교사였지만 영화에서는 마카롱 가게 사장이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예입니다. 기생충에서는 대만 카스테라였는데, 이번은 마카롱으로 한국적 설정을 넣었더군요. 더불어 죽음의 횟수도 7번에서 17번으로 확장되어, 한층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죠.

 

다만 16번까지의 죽음의 대부분은 행성 도착 후 백신을 만드는 데에 소비되었다는 설정이라, 굉장히 빠르게 스쳐지나가서 무언가 느껴지는 부분은 좀 약하긴 합니다.

그저 인간성이 말살되버린 우주선 과학자들... 놈들... 정도의 인상으로 스쳐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 낮은 평가?

이번 작품은 기생충에 비해선 확실히 낮은 평가, 옥자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기생충의 경우 선악이 불분명하면서도, 은유적인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공감과 충격을 스며들듯 주는 봉준호의 역작이라고 한다면, 이번작품은 모든 부분에서 단순명확한 오락영화 + 교훈 의 조합에 가깝습니다.

악역은 비열하고 나쁘고, 주인공은 선하고 순진하죠.

다만 그래서 저는 좋았습니다. 감정이입도 쉽고, 기승전결도 빠르고, 무엇보다 전개가 군더더기 없다고 느꼈습니다.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가더군요. 봉준호가 던지는 은밀하면서도 뭔가 찝찝한, 무진의 안개 같은 그 메시지는 없고

이건 나빠! 이건 좋아! 라는 식의 명확한 메시지들이지만, 확실한 게 좋을 때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 결말을 맺으며
‘미키 17’은 SF가 가질 수 있는 거대한 상상력 속에 사회 문제를 녹여낸, 봉준호 감독다운 걸작이라 할 만합니다.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면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죠. 복제와 죽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맛깔스럽게 엮어낸 이 작품은 분명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될 만한 가치를 지닌 듯합니다.

지금까지 ‘미키 17’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본 뒤, 우리는 과연 어떤 질문과 감정을 가지게 될까요?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관람 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미 관람하셨다면, 미키를 통해 느낀 감정이 여러분의 일상과 가치관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