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이 핫하다. 영화의 완성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영화적, 장르적 영화 표현이 어디까지 가능한 건지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아직 랑종을 보지 않았기에 왈가왈부 하는 것도 웃기지만 서도 글쎄,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랑종을 성토하는 이들에게는 딱히 논리가 없어 보이긴 했다.
여하튼, 문화콘텐츠 전공생(이중)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나는 아직 ‘곡성’을 보지 않은 상태였다.대한민국을 강타한 ‘뭣이 중헌디’, ‘너는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등의 밈도 뭔 뜻인지 모르고 그냥 쓰곤 했는데, 왜 아직까지 안 봤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뭐랄까,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미적미적거렸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런데 또 ‘랑종’이 나홍진 제작으로 핫해지면서 ‘나홍진의 공포영화’ 라는 식으로 홍보되고 있길래 그래도 감독의 전작을 보고 가는 게 예의일 듯 하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에 불끄고 감상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적어 내려가보고자 한다. 딱히 전문적인 지식이라곤 쥐뿔도 없는 대학생이 맘대로 써내려가는 글이니 만큼 엉망진창일 테니 큰 기대는 접어두시길.
이 글에서 나는 ‘곡성’에 존재하는 수많은 메타포들과 숨겨진 의미들을 일일히 찾아 해석할 생각은 없다. 그런 건 유튜브나, 나무위키만 가도 줄글로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그걸 찾아 보길 추천한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대체 왜 성공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점이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일까? 곡성을 본 후 처음 든 생각은 ‘뭐야..?’ 였다. 심지어 직전까지도 긴장한 채 영화를 보고 있었기에 결말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영화는 아주 세밀하고 촘촘하게 서사를 쌓아 나간다. 조용하고 작은, 평범한 시골 마을에 나타난 외지인(쿠니무라 준), 그 외지인을 둘러싼 기묘한 소문, 죽어나가는 사람들 등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며 곡성은 공포에 휩싸여 간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모든 것이 모호하다. 피부병은 무엇인지, 외지인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인지.. 영화는 사건의 진행과 결과를 보여주지만 원인을 보여주지 않는다. 뭐, 당연한 것이다. 원인은 영화의 핵심인 외지인의 정체와 관련된 것일 테니, 최대한 감췄다 클라이맥스에 공개해야 그 카타르시스가 배가 되니까. 그렇게, 영화는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딱 전형적 공포 영화의 서사로서, 곡성의 초~중반은 느릴지언정 확실하다.
무당 ‘일광(황정민)’의 등장은 그 절정이라 할 만하다. 일광의 등장은 마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종구의 가족을 구원하러 온 히어로로 보일 정도다.
그 중, 일광이 살을 날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꼽아도 될 법하다.
다만, 그 이후 영화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좀비가 등장하는 부분은 그 이질감에 헛웃음이 나왔으며 ‘사실 나 존나 중요한 존재였음’ 을 어필하는 무명(천우희)의 쓰임새는 영화 내내 애매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저렇게 강한 존재라면 어째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다가 튀어나온 건지, 아무런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으니 보는 입장에선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아니, 고작 이렇게 쓰고 치운다고? 뭔가 중요할 것처럼 폼은 다 잡아놓고?
그래, 이 ‘폼’이 문제다. 스산하고 끈적끈적하게 관객을 잠식해나가던 초~중반이 무색하게 뒤로 갈수록 영화는 이상한 ‘폼’을 잡는다. 대체 왜 나온건지 알 수 없는 좀비와 너무 노골적이라 웃음이 나오던 베드로와 예수 일화를 모티브로 한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장면, 왜 굳이..? 싶었던 외지인이 사진을 찍는 마지막 장면 등… 뒤로 갈수록 기껏 쌓아놓은 촘촘한 스토리텔링에서 튀는 이질적인 부분들이 등장하니 집중력이 무너지고, 이게 뭐지 싶어지는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실컷 추진력을 쌓은 로켓이 막상 발사되야 할 때가 되니 픽 하고 불완전 연소되는 기분이랄까.
물론 다 개인적인 주관일 뿐이다. 이러한 ‘모호함’을 남겨놓아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실망스러웠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독은 애초에 모호한 것을 의도하고 만들었다는데 뭐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건 확실하니 더 할 말도 없고. 다만 이 모호함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그의 ‘작가주의’적 부분, 어찌 보면 내가 ‘폼잡는다’ 라고 말한 변화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중성으로 성공한 감독이 이후 작품성을 택하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엉망진창으로 폭망 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 아무쪼록 그가 내놓는 다음 작품이, ‘랑종’은 제작이니 제외하고라도. 재미있길 바랄 뿐이다. 나홍진 감독은 현재 한국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감독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니까.
다만, 당신이 라이트하게 영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서 봐야 할 정도의 영화는 아니다. 워낙 유명하기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아마 실망할 것이다.
*모든 사진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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