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봐도 될까?

사보타지(2014) - 시작부터 끝까지 허세만 가득하다.

초이승 2021. 8. 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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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한 명의 특수요원이 살해됐다!

마약검거반 특수부대 최정예 팀 브라보!
애틀랜타 거대 마약 조직을 급습하는 위험한 작전 수행 중
거액의 현금이 보관된 금고를 비밀리에 습격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교전 중 팀원 한 명이 사망하고, 빼돌린 천만 달러까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결국 리더 존 브리쳐(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다시 팀원들을 소집하게 되고
팀 브라보의 재결합 축하파티가 열린 그 날 밤
팀원 파이로(맥스 마티니)가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숨 쉴 틈도 없이 그 이튿날,
또 한 명의 팀원 넥(조쉬 홀로웨이)마저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정체 모를 적으로부터 팀원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전대미문의 사건!
이 사건을 맡은 담당형사 '캐롤라인'은 자신을 적대시 하고 협조하지 않는
브라보 팀원들로 인해 난항을 겪던 중
특수요원의 충격적 비밀을 감지하게 되는데...

 


 

2014년의 아놀드 옹. 저 몸은 대체..?

 

저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형님을 보고 자란 직접적인 세대는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언제나 아놀드 형님이 나온 영화들은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그렇고, 익스펜더블 시리즈도 그렇고, 프레데터나 코난 등도 저에겐 오래된 영화이지만, 최신 영화들 못지 않게 재미있었죠.

 

아놀드 형님이 작품 고르는 선구안이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죠. 나무위키 항목에도 버젓이 기록되어 있으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놀드 형님이 출연하면 일단 기본은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번 영화는 그런 아놀드 형님이 2014년, '아바타' 의 샘 워싱턴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사보타지입니다.


저는 장르 본연의 맛에 충실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액션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함을 만들어낸 '아저씨', '존 윅', '레이드 - 첫 번째 습격', '옹박' 등이 좋은 예시가 되겠지요. 반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애매해진 영화로는 바로 전에 소개한 '블러드샷', '우는 남자' 등이 있겠네요. 어설프게 스토리를 신경쓰다가 실패한 영화들이죠. 

굳이 액션이 아니어도, 호러 영화면 호러에, 코미디면 코미디에 집중한 영화가 좋습니다. 괜히 신파를 넣는다거나, 가족 드라마로 변질되는 경우, 혹은 로맨스가 들어가는 경우도 우린 많이 봐 왔잖아요?

 

성적이 되었건, 평가가 되었건 뭐 하나는 포기한 영화들. 하나만 했어야 했따... 

 

그런 면에서, 사보타지는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범죄/스릴러물로서 집중하겠다는 모습도 보이죠. 그래서, 좋은 영화냐 하면.. 글쎄요.

 

사실, 범죄/스릴러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스토리'가 좋아야 합니다. 이건 필수 불가결입니다. 스토리가 단순해도 액션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액션블록버스터나 배우 그 자체의 매력으로 스토리를 캐릭터가 하드캐리 할 수 있는 코미디 장르, 혹은 드라마 장르가 아닌, 극의 전개와 몰입감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야 하는 범죄/스릴러 혹은 수사물 장르에서는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어야 하죠. 그래서 이 스토리를 훌륭하게 연출해 낼 감독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구요. 그래서 스릴러 영화 잘 만드는 감독들은 엔간하면 다른 영화들도 다 잘 만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메멘토도 잘 만들고 배트맨도 잘 만들고 인터스텔라도 잘 만드는 놀란 아저씨
시카리오, 윈드리버 등, 최근 폼 좋은 테일러 쉐리던. 다만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아쉬웠다.

 

스릴러도 공포도 잘 만드는 대표적 한국 감독들. 나홍진과 봉준호. 

 

 

다만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잘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만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관객을 몰입시키기에는 모든 부분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긴장감도, 반전의 충격도, 액션도, 아니면 아예 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연출도 시도는 했지만 부족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영화가 장점이 없는 무색 무취의 영화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1. 흥미로운 소재, 도입부는 재미있다. 하지만...

분명 소재는 흥미롭습니다. 전설적인 마약반 반장이 마약상의 돈을 빼돌린다는, 도발적인 전개로부터 영화가 시작되니까요. 

성공적으로 돈을 빼돌리지만 그 와중에 팀원 한명이 죽고, 빼돌린 돈마저 사라지죠. 

우여곡절 끝에 들키지 않고 다시 팀이 모이게 되지만 그날부터 한 명씩 차례로 끔찍하게 죽어 나갑니다. 이제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며 누가 우릴 죽이고 있는 건지 알아내야 하죠. 

 

시작부터 피, 마약, 섹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합니다. 홀리쉿!

 

 

글로 써 놓으면 굉장히 긴장감있는 한 편의 범죄 스릴러물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될 뻔 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관객의 몰입감을 유지시키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잔혹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멕시코 카르텔의 살해 수법을 모방해 팀원들을 죽여 나가는데, 이런 식으로 전개할 거면 그 과정을 보여 주거나, 특수요원인 팀원들이 무력하게 당하는 모습을 연출하여 긴장감을 더욱 주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어, 또 죽었네? 이번엔 천장에 매달려 있네, 이번엔 냉장고에 들어가 있네. 이런 식으로 결과만을 놓고 보여주니 그때마다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2. 아쉬운 캐릭터 표현.

캐릭터 표현도 아쉽습니다. 사보타지는 액션 영화일 것 같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심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누가 범인인지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쫄깃쫄깃해서 보게 되는 영화여야 했던 것이죠. 심리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들의 묘사입니다. 얘는 누구고 왜 이런 일을 했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등등이 묘사되어야지 후반부 그 중 누군가가 범인으로 드러나도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죠. 

 

각자 개성이 분명해 보이긴 했는데.. 표현이 안 되어 버린 팀원들..

 

하지만 사보타지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상당수 생략되어 있습니다. 범인을 쫓는 과정은 주인공인 아놀드 형님을 따라가며 충실히 보여주려고 '노력'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희생되어 버렸습니다.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던 캐릭터들이 보였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로 인해 범인의 정체가 드러날 때도 반전의 충격보다는 어리둥절함이 더 큽니다. 이렇게 뜬금없이? 라는 느낌이랄까요. 샘 워싱턴, 테렌스 하워드 등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도 왜 이런 식으로만 활용했는지 아쉽네요.

 

사보타지는 아쉬움이 큰 영화입니다. 영화의 시작이 굉장히 잘 뽑혔던 터라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대치를 조금만 낮춘다면, 그럭저럭 잘 뽑힌 영화로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영화가 여러 부분에서 모자라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볼 수준까지의 모자람은 아니니까요. 야구로 치자면 5툴 플레이어이긴 한데 능력치가 좀 모자란 5툴 플레이어랄까? 어떻게든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허술함이 눈에 너무 많이 띄어서 슬픈 영화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아놀드 형님에 대한 의리로 시청한다면 또 모르지만...

 

묵직하고 스릴있는 영화가 되고 싶었지만, 실속이 부족한 영화 사보타지였습니다.

 

별점: ★★☆☆☆

시간이 남는다면 추천. 굳이 안 봐도 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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